[동부타임즈 = 양재봉 기자] “조금만 더 친절합시다!”의 외침이 관심을 받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각종 중대범죄와 성폭력, 교육계의 갑질로 인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등 사회적긴장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나오는 사회적 호소여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청암대학교 간호학과에 재직중인 노희선 교수가 화제의 인물이다.

노 교수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긴장과 경계의 기저에는 개인주의적 무관심과 물질만능주의 및 성취지향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의 일과 무관한 ‘주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전통적인 미풍이나 역사, 절차마저도 개인적인 득실로서 판단하는 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도산 선생께서 1926년 흥사단을 창립하여 ‘미소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이제 ‘온 국민 친절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러한 호소를 담아『얼떨결에 라떼가 되었습니다』(도서출판 선인, 2023)를 출간하였다.

젊은이들과 부모세대의 각 관점에서 사회를 이해하고, 세대간의 경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절실한 사회적 호소가 담긴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우린 외로워졌습니다. 글씨로, 말로, 몸으로 전해지던 우리의 진실과 바람은 솜사탕처럼 날아갔습니다. 숱하게 불렀던 소중한 이름도 조금씩 흐릿해져 갑니다. 이젠 아들~!이나 딸~!과 같은 보통 호칭으로만 남았습니다.

어느 순간 ‘라떼’(나 때)는 일상어가 되어 우릴 꼰대로 묶었습니다. 옅은 웃음으로 내뱉고 넘기기엔 꽤 부담된 단어가 되었습니다. 이에 오랫동안 써 오던 소통의 방식도 이젠 이성의 눈으로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한, 우린 세대에 관계없이 라떼가 되었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가 일상어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세대간에 겪는 갈등과 푸념, 한숨의 자욱을 한잔의 라테로 희석해지기에는 너무 많은 소통갈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린 서로에게 다가갔지만 완전한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엔 아직 진실이 부족했습니다.

외면을 들추기에는 우리 면목이 너무 비겁했습니다. 절친 간에도 먼저 말해주기 전에는 개인사를 물어볼 수 없는 참 ‘공손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취업과 결혼 및 연봉을 물어보는 ‘무모한 돌직구’ 어른은 이제 ‘꼰대'(Latte)’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주제처럼 우린 ‘너무 불친절’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래 선생님이나 원로의 단어인 ‘꼰대’를 희화화함으로써 우릴 웃게 하고 또 부끄럽게 만듭니다. 젊은 꼰대가 될까 봐 두려워 문을 닫았고 이에 소통의 창은 점점 작아만 갑니다. 급기야 우리 언어는 이목(耳目)을 제외하고는 너와 나로부터 그리고 우리로부터 숨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릴 미각과 후각을 감춘 채 이성으로만 살게 만들었습니다. 우린 이제 진실로부터 더 자유롭고 더 이해하고 위로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동료의 프리젠테이션에는 사실 깊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다음에 있을 자신의 순서에 몰두되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가끔은 ‘친절하게’ 주위를 살펴야겠습니다. 정말 친절하게 말입니다.

갈수록 말 못하는 세상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기가 겁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不問)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니 그 경계에 다가가기 쉽지 않습니다.​ 호칭도 많이 변했습니다. 자식도 이름보다 ‘아들~!’ 혹은 ‘딸~!’이라 부릅니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호칭도 혹시 성차별이나 갑질시비에 휩싸일까 봐 살핍니다.

아예 침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선 어떤 공인, 종교인, 회사원, 사업가, 정치인, 교사 심지어 언어의 마술사인 개그맨(gagman)조차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남녀 모두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번은 걸러내야 할, 불평등과 편견 그리고 비민주적 요소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반발과 비난도 많지만, 정착될 때까지는 당분간 더 참고 나아가야 합니다.

사실, 우린 그동안 ‘너무’ 쉽게 말해 왔습니다. 나이, 권위, 혹은 우위에 기대어 강한 자의 혀는 거침이 없고 자유로왔습니다. 폐부를 찌르는 독설로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러한 분위기로 인해, 위트와 기지로 5초 후 웃게 만든다는 ‘고급진’ 혀의 전설은 이제 문학이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SNS 소통이 대세이니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한편 걱정이 생겼습니다. 남의 감정을 지나치게 살피느라 해야 할 말마저 못하는 ‘눈치꾼’들이 될까 봐 걱정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말하는 ‘당당꾼’들이 모두 사라질까 봐 걱정입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간곡하게 혹은 따끔하게 나무라는 ‘소신꾼’마저 모조리 없어질까 봐 그것도 걱정입니다. 그리하여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그리고 아름다운 말마저 모두 사라질까 봐 걱정이 됩니다. 설마 그런 지경까지 가는 일은 없겠지요!

금같이 귀한 자식이지만, 이름은 부르고 삶의 기본은 알려줍시다. 친구나 동료에게도 궁금한 건 궁금하다! 라고 말하고 부드럽게 물어봅시다. 오해가 난무하는 문자와 영상으로만 판단하는 ‘짐짓 친함’은 버리고 진심으로 다가갑시다. 혼자만 ‘뻐기지 말고’ 친절하게 알려줍시다.

굳이 난이도로만 본다면, 우린... 지금... 고난도(高難度)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조금만 더 친절합시다!」를 외치다

양재봉 기자 yjb66@nate.com